용사로 일한지 벌써 몇 백 년이다. 드래곤을 물 불 흙 공기 종류별로 매년 수 십마리씩 잡기 때문에 수입도 꽤 좋고 국가로 부터 성원금을 받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지만, 나에게는 한 가지 큰 고민이 있다. 주기적으로 마왕이 나타나 내 일을 방해한다. 마왕 앞에서는 회복포션이 작동하지않아 고생이 매우크다. 마왕의 체력이 1% 미만이 될 때는 알아서 도망가지만 그만큼 내 체력도 개판이 된다. 나도 마왕도 똑같이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일 내에 끝났으면 좋겠다.
해 뜨기 전에 일어나서 총구를 닦고난 뒤에 총알탑으로 가서 총알들을 구매한다. 마법사 집에 가서 마법사에게 정령의 별을 주고 화약을 받아온다. 여관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닭고기부추죽을 주문해서 먹은 다음, 인근 숲으로 가서 슬라임들을 소탕한다. 몇 백 년 째 이러니까 슬슬 질릴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한참 전인데 마왕이 숲까지 찾아와서 나를 공격해온다. 지금 체력이 딸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또 다시 싸운다.
마왕과의 거리는 약 50미터. 나는 화승총이 주력무기이지만, 마왕이 가깝게 온다면 나는 ㅈ된다. 그리고 지금 ㅈ되었다. 마왕이 가까이 와버렸다. 칼을 소지하지않고있으니, 개머리판으로 때릴 수 밖에 없다. 신입 용사들도 이렇게 창피하게 일하지 않는데 그럴 수 밖에 없다. 장전된 세 발의 총알을 날린 뒤에 총구를 반대로 돌렸다. 몽둥이로 슬라임 때려잡던 초임 시기가 떠올려진다.
열심히 패다보니 마왕은 도망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마왕 체력과 마력이 얼마 안되니, 이번에야 말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뒤, 총알을 꺼내서 확실히 죽여야겠다. 하지만 총알이 다 떨어진 것 같다. 다시 한 번 개머리판을 휘두른다. 근데 마왕의 체력은 1만이 남아버렸고, 그동안 써먹던 화승총은 그렇게 깨먹었다. 절망을 하고말았지만, 마왕이 조각나기 시작한다. 마왕의 심장이라면 손으로 주물러도 깨지겠지? 하지만 그 껍질 속에서는 껍질이 남아있었다. 매우 아름다운 껍질이.
그렇게 싸웠지만 처음 보는 마왕의 다른 모습이다. 마치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있다. 남은 마력 마저 써서 본인을 속이는 것일까? 하지만 진짜로 연약해보인다. 마왕이 남은 힘 마저 쓰면서 나에게 말했다.
마왕: "난 이상 가망이 없어... 그냥 어서 나를 죽이지 그래?"
가방에 분명 광석 하나를 넣었을 것이다. 마저 죽여야겠다. 하지만 뭔가 다른게 잡혀진다. 체력 포션? 어차피 좋은 갑옷도 입고 원거리 무기를 쓰는 본인 입장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있다. 그 순간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그 야릇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마왕에게 체력 포션을 먹인다음, 마왕의 두 손을잡았다..
마왕: "굳이 나를 살렸네 살렸어. 더 싸우고 싶은거냐?"
나: "그래도 평생을 만나온 사이인데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
마왕: "...그런가?"
마왕이 지금 상황을 이해못하니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마왕: "진짜고 그렇게 생각하는가 용사여...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나: "나와 같이 평생을 살자. 서로 붙어다니며... 슬라임 잡기놀이를 하자."
마왕: "기꺼이 일을 시키네... 그래. 지난번 일은 모두 용서하고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자."
그동안 혼자였던 본인은 이후로 더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다. 나와 그녀는 함께함으로써 육체적 상처 정신적 상처 쉽사리 회복되었다. 그녀는 충분히 선해졌다. 그녀의 품은 확실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