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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움켜쥔채로

그저 책상 앞에 앉아 묵묵히 펜을 놀리는 그의 손을

아무런 열망 없이

그저 살아 숨쉬기만 할 뿐인 자신을


그저 존재하고 있는 스스로를 그는 때려부순다.

하염없이 박살나 흩어지는 그의 파편을 보며

그는 단지 조금의 눈물만을 흘린다.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분명 과거의 그는 모든 일에 열정을 가졌다.

희망의 색깔을 묻힌채

기쁜 얼굴로 미래를 그리며 

수평선을 바라보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와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된

인형 하나만이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바라는 것이 없어도, 바라지 않는 것은 있었다.

바라지 않음을 바라는 그가 있었다.

그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자신으로써 존재했고

자동인형같은 육체가 산산이 흩어져 사라질때까지

그는 여전히 그로써 존재할 것이다.

스스로가 바라지 않았던 모습을 여전히 남겨둔채

그는 존재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바라지 않는 그 모습은 무엇인가.

바로 스스로를 바라지 않는 그였다.


사실을 깨닫는것은 순식간이고 찰나였다.

뇌리를 스친 번갯불이 그의 구멍난 마음에 꽂힌다.

낙뢰에 직격하여 삽시간에 박살난 그의 마음의 조각을 들고

그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그 유리조각 안에 비치던 것은

잿더미 위에 홀로 서서 빛나는 그였다.


바라는 목적지를 찾은 선장은

아무 의미없이 낭비하던 잉크와 종이를 뭉개버리고

인생의 바다에 스스로를 집어던질 그를 위해

새로운 항해도를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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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갤이 없어...